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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상속/6. 미래와 디지털 상속의 확장 가능성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 제도 –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직업?

by wishforwish 2025. 8. 22.

1. 디지털 유산, 이제는 누군가의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기술자나 법조인만의 화두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온라인 계정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고, 그 속에는 수익이 발생하는 콘텐츠,
의미 있는 대화 기록, 사진, 영상, 금융 정보, 쇼핑 이력 등 수많은 개인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사망 이후에도 남아 유가족과 상속인에게 일정한 부담 혹은 과제가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하고,
무엇을 상속해야 하며, 무엇을 삭제할지 판단하는 것은 일반인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직업군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Digital Legacy Manager)**다.
이들은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보존하거나 삭제하며,
가족과 상속인에게 법적, 기술적 조언을 제공하는 디지털 상속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한다.
고인의 의사, 계정 접근권, 서비스 정책, 상속법 등을 고려해 체계적인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이 직업의 핵심이다.

 


2.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서
법률·심리·정보보안·IT 시스템까지 포괄한다.
사망자가 남긴 데이터는 복잡한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민감한 사생활 정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 관리자는 이를 분류하고 정리하며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 ✔계정 및 자산 목록화
    고인의 이메일, SNS, 유튜브, 클라우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등 디지털 자산 전체를 파악
  • ✔접근 및 인증 정보 확보
    2차 인증, 비밀번호, 생체인증 등 접근을 위한 기술적 조치 수행
  • ✔법적 검토 및 상속 대상 구분
    상속 가능한 자산과 불가능한 자산 분류 / 저작권, 초상권, 인격권 관련 분석
  • ✔유가족과의 조율 및 감정 케어
    어떤 데이터를 공유하고 어떤 콘텐츠를 보존할 것인지 정서적 조율
  • ✔플랫폼별 처리 대행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플랫폼의 상속 절차를 대신 진행
  • ✔디지털 유언장 구현 및 문서화
    향후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한 생전 준비 안내서 작성

즉, 이 직업은 단순히 기술적 처리를 넘어,
가족의 애도 과정과 사망자의 디지털 흔적을 정리해주는 ‘디지털 장례지도사’ 역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3.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디지털 유산 관리 산업

디지털 유산 관리가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곳은 미국과 유럽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Digital Estate Planning'이라는 이름으로
IT 로펌, 디지털 상속 전문 업체, 보험회사 등이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GoodTrust', 'Everplans', 'DeadSocial' 같은 기업은
개인이 생전에 디지털 유언장을 만들고, 사망 후 데이터 삭제 요청이나
계정 이관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런 기업들은 단순한 계정 목록 관리에 그치지 않고,
고인의 사진, 영상, 목소리 등을 기반으로 AI 기반 추모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처럼 디지털 유산 관리 서비스는 기존의 상속 컨설팅을 넘어,
기억과 정체성의 디지털 보존이라는 정서적 가치를 함께 제공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장례' 또는 '사후 계정 관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서비스 출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단계로,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라는 직업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4. 이 직업이 앞으로 필요해지는 이유

1인당 디지털 계정 수가 평균 30개 이상인 현재,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흔적은 몇 백 GB에서 수 TB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유족들은 그 대부분을 접근하지 못하거나, 법적 절차를 알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유료 구독 서비스가 계속 결제되거나,
SNS 계정이 해킹·악용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한다.

또한 디지털 유산은 기존 상속법으로 완전히 규율하기 어렵다.
각 플랫폼의 이용약관이 다르고,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가 많으며,
암호화 기술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디지털 상속은 기술, 법률, 심리적 요소가 결합된 복합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개입 없이는 정리가 매우 어렵다.

이처럼 '정보 정리와 죽음 준비'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는
앞으로 장례, 보험, 상속 업계는 물론,
IT 업계와 협업이 활발한 신규 직업군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5. 디지털 유산 관리자를 키우기 위한 사회적 준비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관련 자격증, 교육과정, 인증 제도 등이 전무한 상태이며,
법률적 뒷받침도 부족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 ✔정부 차원의 자격 제도 도입
    (예: ‘디지털 상속관리사’ 국가공인 자격 제도)
  • ✔전문가 교육과정 개설
    법학, 정보보안, 심리, 데이터 아카이빙 등을 포함한 통합 교육
  • ✔플랫폼 협업 체계 구축
    구글·애플·네이버 등과의 상속 절차 표준화 추진
  • ✔가족 단위의 생전 준비 문화 확산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항목 포함, 관리자 사전 지정 문화 조성
  • ✔IT 기술 기반 서비스 출시 지원
    키 관리 시스템, 유언장 앱, AI 기반 상속 분류 시스템 등 스타트업 육성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는 단순한 정보처리 전문가가 아니라,
사람의 마지막 흔적을 책임 있게 정리해주는 인간 중심의 디지털 직업이다.
이 새로운 역할을 사회가 받아들이고 키워나간다면,
앞으로의 상속은 단지 '자산의 이전'이 아니라
기억, 가치, 삶의 방식까지 전달하는 인간 중심의 상속 문화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유산 전문 관리자 제도 –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