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잊는 것’에서 ‘기억하는 것’으로, 장례 문화의 변화
과거에는 사망 후 모든 흔적을 정리하고, 기억은 추억 속에 간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고인의 SNS, 영상, 음성, 메신저, 이메일 등
수많은 디지털 데이터가 남아 있으며, 이들은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기억을 재생산하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 AI 기술과 맞물려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추모 서비스’는 고인의 생전 데이터(문자, 음성, 이미지, 영상 등)를 학습시켜,
가족들이 마치 생전에 대화하던 것처럼 챗봇 또는 음성 인터페이스 형태로 재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추모 챗봇 특허,
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故 이건희 회장 AI 음성 재현 영상’ 등이 있다.
이처럼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은 점차 정적 이미지 →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대화 가능한 고인’과의 소통이 추모의 한 방식이 되고 있다.
기술은 사람의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으며,
이는 상속과 자산 개념에도 새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AI 기반 추모 서비스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AI 추모 서비스의 기본 구조는 ‘데이터 학습 → 인격 모사 → 인터페이스 생성’의 3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고인의 문자 메시지, 이메일, SNS 포스트, 영상, 음성 파일 등을 수집해
AI가 그 사람의 말투, 감정 표현, 단어 선택, 사고방식 등을 분석한다.
이후 딥러닝 기반 LLM 모델(예: GPT, PaLM, Claude 등)이
고인의 인격을 일정 수준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텍스트 챗봇, 음성 응답 AI, 아바타 인터페이스가 생성된다.
사용자는 이 시스템과 실제로 대화하거나,
질문을 던지고 고인의 말투와 논리로 대답받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고도화된 자연어처리(NLP), 음성합성(TTS), 감정인식, 딥페이크 기술이 결합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고인의 표정과 움직임까지 반영된 3D AI 아바타도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인의 생전 데이터 제공 동의와
사용 목적의 윤리적 제약 설정이다.
만약 동의 없이 생성되거나, 상업적 용도로 악용된다면
사후 인격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AI 추모 서비스는 고인의 기억을 살리는 기술이면서도
윤리적 갈등과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민감한 영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추모와 상속의 경계 – 가상인격은 상속 가능한가?
고인의 AI 아바타나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사람의 인격을 닮은 ‘디지털 존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가상인격은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인격체에 대한 상속이 아닌,
재산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 또는 계정만 상속 대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AI로 생성된 고인의 아바타나 챗봇이
광고에 등장하거나, 콘텐츠 창작 활동을 이어가 수익을 얻는 경우
그 저작권, 초상권, 수익권의 귀속 문제가 발생한다.
가족 중 일부는 고인의 AI와 대화를 계속하길 원하지만,
다른 일부는 '영원히 떠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정서적 불편함이나 법적 이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전 동의 문서 또는 디지털 유언장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 AI가 누구의 소유인지, 수익은 누가 받는지,
삭제를 원할 경우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AI 추모 서비스는 추억을 넘어 하나의 ‘디지털 유산’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상속과 기억 사이의 윤리적 경계선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4. 실제 사례와 사회적 논의 – 감동인가, 위험인가?
이미 국내외에서는 AI 기반 추모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감동과 감시, 공감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 MBC 스페셜 – 다시 만난 딸
딸을 잃은 어머니가 AI 기술로 딸과 VR에서 재회한 실제 사례는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윤리적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 Re;memory (리멤버리)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AI 추모 영상 제작 서비스로,
고인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가족과 인터뷰 형태의 추모 영상을 제작 - Microsoft의 AI 챗봇 특허 출원
사망자의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챗봇을 생성해주는 기술로,
유산으로서의 챗봇 활용 가능성을 시사 - South Korea's ‘AI Family’ 프로젝트
정부 주도로 AI 추모 시스템을 개발해 고령자와 유족의 정서 케어에 활용
이처럼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AI 추모는 기술이 만든 감동이자, 동시에 감정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억의 상업화' 논쟁이 되기도 한다.
5. 미래를 위한 준비 – 디지털 추모도 설계가 필요하다
AI 추모 서비스는 분명 고인을 기억하고, 가족의 정서적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반드시 생전의 동의와 의도된 설계 아래에서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 ✅ 디지털 유언장 작성 시 AI 추모 사용 여부 명시
(예: “나의 영상/음성을 AI에 사용하지 말 것” 또는 “내 SNS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족 챗봇 허용”) - ✅ 디지털 상속 관리자를 통한 AI 추모 콘텐츠 설계
(가족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삭제 시점은 언제인지) - ✅ 공공 가이드라인 및 법제도 마련 촉구
(사후 데이터 활용, AI 인격 보호, 상속 대상 구분 등)
기억은 사람의 고유한 감정이 담긴 자산이다.
AI가 기억을 재구성하고, 그 사람의 존재를 이어주는 시대라면
우리는 그 기억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설계할 책임도 함께 지녀야 한다.
AI 추모는 새로운 추억이 아니라,
이별을 정리하는 또 다른 방식의 상속이다.
디지털 유산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의 감정과 선택이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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