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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상속/5. 해외 사례 및 정책 비교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주요 국가의 디지털 상속 제도 비교

by wishforwish 2025. 8. 6.

 

 

1. 디지털 상속,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하는 시대

디지털 자산은 이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유산’이다. 이메일, 클라우드, 유튜브 채널, 소셜미디어, 암호화폐,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 계정까지 — 모든 것이 디지털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에 대해 국가별로 제도적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국가는 상속을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고, 어떤 국가는 플랫폼 기업에 모든 판단을 맡기고 있으며, 어떤 나라는 법이 존재하지 않아 유족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사망자의 계정이나 디지털 콘텐츠에 가족이 접근할 수 있는지, 혹은 삭제나 전환을 요청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국가의 법률과 플랫폼의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히 “삭제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상속 제도와 관련해 미국, 독일, 일본, 한국의 주요 대응 방식을 비교하고, 실제 사례와 함께 제도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


2. 미국 – 유언장 중심의 디지털 상속법 제정

미국은 디지털 상속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 중 하나다.
2015년부터 주(州) 단위로 ‘디지털 자산 접근법(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 FADAA)’을 채택하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 이 법이 도입되어 있다.

✔ 핵심 내용

  • 사용자는 생전 디지털 자산 상속 대상을 유언장에 명시 가능
  •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은 이를 인정하고 있음
  •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사후 처리 기능(예: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을 우선 적용
  • 유언장 없이 사망할 경우, 법원이 접근을 허용할 수 있으나, 절차는 복잡

→ 실제 사례

한 사용자가 사망한 후, 유족이 그의 구글 계정에 있는 암호화폐 지갑 복구 키를 찾기 위해 접근을 요청했다. 해당 사용자는 생전에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가족을 수신자로 등록해 두었고, 구글은 3개월의 비활성 상태 후 자동으로 가족에게 이메일을 전달했다.
생전 설정 하나가 디지털 자산 상속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3. 독일 – 헌법재판소 판결로 계정 상속 인정

독일은 비교적 보수적인 디지털 정책을 유지하던 국가였지만, 2018년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점으로 상속 정책에 큰 변화를 맞았다.

→ 판례 중심 정책 변화

  • 사건 개요: 15세 소녀가 사망한 후, 부모가 딸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정 접근을 요청
  •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
  • 연방헌법재판소는 “디지털 자산도 상속 대상이므로 부모의 접근 권한을 인정”
  • 이후 독일은 디지털 자산을 전통적 유산과 동일하게 상속 가능하다고 판결

✔ 제도 변화 이후

  • 플랫폼 기업은 계정 삭제·전환·데이터 전달 등의 요청에 유연하게 대응
  • 법적으로 상속인이 계정 접근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림
  • 사망자의 미성년 여부와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의 권리가 인정

이 판결은 유럽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EU 차원에서도 디지털 상속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주요 국가의 디지털 상속 제도 비교

 

4. 일본 – 개인정보 보호 우선, 접근 자체를 제한

일본은 디지털 상속과 관련한 법적 기반이 거의 없는 국가 중 하나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여 유족의 계정 접근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점이다.

→ 사례

2021년 일본 오사카에서 한 여성이 사망한 남편의 iCloud 계정에 저장된 가족사진을 받기 위해 애플에 요청을 했지만, 애플은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가 없다면 전달 불가”**라며 거부했다.
결국 가족은 법원을 통해 특별명령을 받아야 했고, 절차는 6개월 이상 소요되었다.

✔ 정책 특징

  • 개인정보 보호법이 상속보다 우선
  • SNS, 클라우드, 이메일 등은 유족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
  • 유언장 또는 계정 설정 외에는 대안 없음

따라서 일본에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사용자는 생전부터 자산 목록화, 백업, 설정 등을 반드시 해두어야 한다.


5. 한국 – 제도는 부재, 플랫폼 중심 임의 대응

한국은 디지털 유산 관련한 법률이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 계정 처리나 상속 문제는 각 플랫폼의 정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족이 큰 혼란을 겪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

✔ 현실 상황

  • 법적 정의 부재: ‘디지털 자산’의 범위가 모호함
  • 상속세법 적용 여부도 불확실
  • 계정 접근은 플랫폼 고객센터에 민원 제기 방식
  •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은 해외법 기준으로 응답

→ 실무 사례

한 유튜버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유족은 해당 채널의 구글 계정 접근을 요청했으나 개인정보 보호 이유로 거절당했다.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설정한 경우에만 일정 데이터 공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전 설정이 없으면, 유족은 법률 대리인 선임, 공문 제출,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준비해야만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 정부는 디지털 자산 상속과 관련한 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 단계에 있으며, 실제 법률 제정은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결론: 국가는 다르지만,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가별 디지털 상속 제도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국가 특징 유족 접근성 제도화  수준
🇺🇸 미국 유언장 기반 / 법률 존재 높음 (설정 시) 높음
🇩🇪 독일 판례 중심 상속 인정 중간~높음 중간 이상
🇯🇵 일본 개인정보 보호 우선 낮음 낮음
🇰🇷 한국 법률 부재 / 플랫폼 의존 낮음 미흡

국가가 다르더라도 결론은 같다.
생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디지털 자산은 쉽게 소멸될 수 있다.

지금 당장 각 계정의 사후 처리 기능을 설정하고, 주요 자산은 문서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또는 법률 대리인과 공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디지털 유산 상속은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터넷 사용자에게 필요한 필수 준비다. 국가 제도는 차이가 있어도, 개인의 준비는 글로벌하게 적용될 수 있다.